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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출간 30주년

2008/11/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1984311?sid=103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난쏘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을 어떤 의미로 선물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하기사 그녀와 나의 관계는 사실 썸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간 후, 얼굴이 뜨거워지는 부끄러운 상처 같은 것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딩때는 국어 선생님에게서 푸른나무라는 무크지를 선물 받았다. 학생 인권 및 고등학생 좌파 운동에 관한 무크지.

고딩때는 사회 선생님이 돌베개 다현사를 선물했다. 지금에 와서는 중립적 해석에 지적 받는 곳이 많지만 근현대사의 우울함의 반작용이라고 봐도 괜찮았다.

게다가 또래 무리 보다 깨인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 진보간지의 공명심 따위를 자극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왜 나에게 이딴 것만 주냐고.

. . .

나름 이런이런 정보에 노출된 학창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세뇌된 신자유주의적 스키마를 뒤엎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난쏘공에 나온 사회상을 가슴아파하면서도 송병락-이원복이 쓴 경제 교양만화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것이 불과 15년 전이다.

조선일보를 욕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오래되었지만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자유와 조선일보에서 말하는 자유를 구분하는 능력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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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은 인생역정을 포장하는 용도로 진보간지를 차용했다. 그녀의 운동권 경험은 어떤 악세서리처럼 느껴진다.

부동산 투기에 동참한 어떤 386들에게 6.10 항쟁은 이제 무용담일 뿐이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면 봉급이 깎일 것 같아 불안한 사람도 있다.

그런 것이다.

내게도 이제 사회의식이란 진보간지의 겉모습만 가져다 쓰는 가볍디 가벼운 새털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남아있는 행동이라면 겨우, 투표 정도 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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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주성치 영화를 싫어한다. 주성치 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고달픈 빈민층을 희화화시켜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난쏘공을 읽을 적마다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쓸쓸하고 불편한.

+) 검색해보니 푸른나무 무크지에 대한 내용이 조금 나온다.

거리로 나섰던 '고딩'들 "나이 먹어도 우린 운동가"
ISBN도 있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3565008) 아마 국립 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에 가면 있을 것도 같다.

요즘에는 무크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가죽 제품 회사 이름이 아니고 비정기 간행물을 뜻한다.

요즘엔 문학 계간지를 사보는 사춘기 소년소녀들도 그다지 없을 것 같다. 비교적 감각적인 편집을 중요시 하는 무크지의 특성상 장사하기 힘든 요즘 출판 환경에는 오히려 어울릴만한 형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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